Field Notes

AI 딸깍쇼

소소한 귀차니즘 하나를 AI로 해결하는 시리즈. 1화는 맥 메뉴바에 AI 사용량을 띄우는 앱입니다. 뭘 만들지 고르는 기준부터 AI에게 시키는 순서까지, 그대로 따라할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이 시리즈에 대하여

소소한 귀차니즘 하나를 골라서 AI로 해결하는 기록입니다. 이름은 딸깍쇼예요.

다만 저는 예전 글에서 “딸깍은 딸깍이 아니었다”고 썼고,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름만 딸깍이고, 실제로는 막힌 데까지 다 적습니다. 그게 없으면 따라할 수가 없으니까요.

개발자가 아닌 사람이 씁니다. 저는 9년 동안 기획을 했어요.

오늘의 귀차니즘

Claude Code로 작업하다 보면 갑자기 “한도에 도달했습니다” 하고 막힙니다.

미리 알았으면 무거운 작업을 나중으로 미뤘을 텐데, 잔량을 보려면 창을 열고 명령어를 쳐야 해요. 확인하려면 하던 일을 끊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확인을 안 하게 되고, 또 갑자기 막혀요. Codex는 또 Codex 안에서 따로 봐야 하고요.

만든 것

메뉴바에 뜬 픽셀 캐릭터 두 개와 사용량 퍼센트

메뉴바에 픽셀 캐릭터 두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왼쪽 주황색이 Claude, 오른쪽 빨간색이 Codex예요. 지금 몇 퍼센트를 썼는지 항상 떠 있어서, 눈만 위로 올리면 됩니다.

많이 쓸수록 색이 바뀌는데, 색만으로는 헷갈릴 것 같아서 표정도 같이 바꿨어요.

Claude와 Codex 캐릭터의 네 가지 상태

여유로울 땐 눈이 휘고 웃습니다. 절반 넘으면 무표정해지고, 슬슬 위험해지면 땀방울이 붙어요. 75%를 넘기면 눈이 × ×로 뻗습니다.

하루 걸렸습니다.


여기까지가 결과물이고, 아래는 어떻게 했는지입니다. 그대로 따라하실 수 있게 제가 실제로 쓴 문장까지 적었어요.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기준

거창한 걸 고르면 실패합니다. 저도 처음엔 9년 동안 가장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부터 손을 댔는데 결과가 별로였어요. 크고 남의 문제는 맥락이 없어서 AI도 빈 껍데기가 되더라고요.

기준을 바꿨습니다. 오늘 나를 짜증나게 한 것.

셋 중 하나면 충분해요.

  • 매번 같은 걸 손으로 반복하고 있다
  • 확인하려면 하던 일을 끊어야 한다
  • 알아야 할 걸 매번 까먹는다

작을수록 좋습니다. 작아야 끝까지 가요.

AI에게 시키는 순서

AI에게 일 시키는 순서와 각 단계에서 빠지는 함정

각 단계를 왜 하는지, 저는 뭐라고 말했는지 그대로 적습니다.

1. 만들기 전에 데이터가 있는지 확인시킨다

“이거 만들려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해? 그게 실제로 내 컴퓨터나 어딘가에 있는지 먼저 확인해줘. 코드는 아직 쓰지 마.”

5분 만에 답이 왔습니다.

Claude 쪽은 있었어요. 맥의 키체인(비밀번호 보관함)에 Claude Code가 로그인 정보를 넣어두는데, 그걸로 사용량을 조회하면 바로 숫자가 나옵니다. Codex 쪽은 조회할 곳이 아예 없었어요. 대신 Codex가 돌 때마다 기록 파일에 사용량을 적어두길래, 그 파일 끝을 읽기로 했습니다.

이걸 미리 알았기 때문에 “Codex 숫자는 실시간이 아니다”를 설계에 반영할 수 있었어요. 화면에 “42분 전 기준”이라고 같이 띄웁니다. 몰랐으면 다 만들고 나서 “왜 숫자가 안 바뀌지?” 하고 헤맸을 거예요.

“없다”가 나와도 성공입니다. 만들기 전에 알았으니까 하루를 아낀 거예요.

2. 코딩 전에 설계를 문서로 남기게 한다

“코드 쓰지 말고, 뭘 어떻게 만들지부터 정리해서 파일로 저장해줘.”

“만들어줘”라고 하면 AI는 바로 코드를 씁니다. 그런데 그 코드는 AI가 혼자 세운 가정 위에 서 있어요. 안 물어본 걸 자기가 정해버립니다.

설계 문서를 먼저 받으면 제가 생각 못 한 걸 물어봐요. “값을 못 가져오면 화면에 뭐라고 띄울까요?” 같은 것들이요. 코드를 다 짠 뒤에 이 질문을 받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3. 작게 쪼개고, 만든 것마다 다른 AI에게 검토시킨다

“이 부분만 하고 멈춰.” (그리고 새 대화를 열어서) “이 코드가 설계대로 됐는지 검토해줘.”

효과가 제일 컸습니다. 만든 AI가 자기 걸 검토하면 거의 다 통과시켜요. 왜 그렇게 짰는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검토를 붙였더니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는 테스트”**가 나왔습니다. 조건을 잘못 만들어놔서 틀리게 구현해도 통과하는 상태였어요. 이름은 “최신 파일을 고른다”인데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 걸러내고 있었습니다. 검토가 없었으면 저는 “테스트 통과!”만 보고 넘어갔을 거예요.

4. “됐어요” 대신 증거를 요구한다

“실행한 명령어랑 출력을 그대로 붙여줘.”

AI는 안 돌려보고도 “완료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거짓말이라기보다 습관이에요.

한 번은 증거를 요구했더니 AI가 자기가 만든 테스트가 무효라는 걸 스스로 발견했습니다. 확인하려던 걸 실제로는 확인 못 하는 테스트였어요.

5. 계획도 틀린다고 전제한다

“계획이 이상하면 그대로 하지 말고 먼저 말해줘. 계획이 틀린 걸 발견하는 것도 좋은 결과야.”

AI가 만든 설계 문서 자체에 버그가 네 번 있었습니다. 구현이 설계를 잘못 따른 게 아니라 설계가 틀렸어요. 제일 어이없던 건 시간 계산이 정확히 하루 밀려 있던 겁니다.

이 한 줄이 네 번을 살렸습니다.

6. 마지막엔 내 눈으로 결과물을 본다

이게 제일 중요한데 제가 제일 못 했어요.

테스트 51개 전부 통과, 검토 열몇 번, 저장 기록 30개. 설치를 마치고 메뉴바를 봤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 전까지 저는 “잘 되고 있다”는 증거를 계속 받고 있었습니다.

  • 25분 동안 타이머가 정확히 13번 돌았다
  • 매번 사용량 조회에 성공했다
  • 테스트 51개가 전부 통과했다

전부 사실이었어요. 그런데 전부 진짜의 대리물이었습니다. “데이터를 가져온다”는 증거지 “화면에 뜬다”는 증거가 아니었어요. 이 앱의 존재 이유가 화면에 뜨는 건데요.

결국 알아낸 방법은 화면을 그냥 찍어본 것이었습니다. 5초 만에 끝났어요. 캐릭터 하나랑 52%만 있고 Codex는 통째로 없다는 게 그냥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마지막엔 결과물 자체를 보세요. 화면이면 화면을, 파일이면 파일을 열어보고, 문서면 문서를 읽어보세요. AI가 정리해준 요약이 아니라 결과물을요.

조심할 것

돈부터 확인하세요. 만들다가 “API 키를 넣으세요”가 나오면 그건 쓴 만큼 돈이 나가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제 앱은 이미 결제한 구독의 로그인 정보를 그대로 써서 추가 요금이 없어요. 시작 전에 “이거 추가 요금 나가?”라고 물어보세요.

너무 자주 물어보면 차단됩니다. 처음엔 2분마다 조회하게 했는데 서버가 “요청이 너무 잦다”며 막았어요. 잔량은 몇 시간에 한 자릿수씩 움직이는 숫자인데 2분은 과했습니다. 5분으로 늘렸어요.

정체 모를 권한 요청은 거부하세요. 작업 중에 처음 보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화면과 소리에 접근하겠다고 창을 띄웠어요. 제 앱과는 무관한 거였습니다. 뭔지 모르면 일단 거부하세요. 나중에 필요하면 그때 켜면 됩니다.

비밀번호 창의 정체를 아세요. 앱이 키체인을 읽으면 맥이 로그인 비밀번호를 물어봅니다. 이건 맥이 묻는 거지 앱이 가져가는 게 아니에요. 다만 AI가 만든 화면에 비밀번호를 넣으라고 하면 그건 잘못된 겁니다.

그래서 제가 한 일

코드를 짠 건 제가 아닙니다. 제가 한 건 이거예요.

  1. 오늘 나를 짜증나게 한 것 하나 고르기
  2. 데이터가 있는지 먼저 확인시키기
  3. 설계를 문서로 남기게 하기
  4. 작게 쪼개서 시키고, 매번 새 대화에서 검토시키기
  5. “됐다”는 말 대신 증거 요구하기
  6. 마지막에 결과물을 내 눈으로 보기

전부 기획에 가깝습니다. 코딩 지식이 아니라 뭘 시킬지 정하고 제대로 됐는지 따지는 일이에요. 이 여섯 개는 다음에 뭘 만들어도 그대로 씁니다.

지금 메뉴바엔 주황 블롭 52%, 빨간 구름 76%가 떠 있습니다. 이게 실제로 도움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아이콘이 빨개져도 제가 안 보면 그대로 막히니까요. 몇 주 써보고 판단하려고 합니다.

다음 귀차니즘은 아직 안 정했습니다.